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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생각 / 이윤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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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74회 작성일 19-05-20 14:19

본문

기차 생각

 

   이윤설

 

 

슬픈 생각을 따라 가다보면 나는 기차가 되어 있다

몸이 길어지고 창문의 큰 눈이 밖으로 멀뚱히 뜨여있다. 나는 길고, 달리다 보면

창밖으로 식구들이 보인다. 어쩌자고 식구들은 추운 민들레처럼 모여 플랫폼에서

국을 끓이고 있는지 내가 지나가는데도 나를 발견하지 못하여 기다리고만 있다

나는 슬픈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네가 서 있는 곳을

지난다 푸르지 않은 짐가방처럼 너는 늘 혼자다 내가 가려던 소실점 같기도 하고

신호등 같기도 한데 나는 너를 지나친다 그러면서도 너는 아주 많이 늙어서

내 할아버지만큼 오래 살아서 그런데도 네가 나의 사랑인 것을 쉽게 알아본다

슬픈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친구들이 건너지 않는 건널목을 지나고

하늘이 파래서 조각조각 깨지는 어느 자오선의 가장 뜨겁고 아름다운 부근을

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지나온 곳들이 나의 몸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빗방울들이 금세 차창 가득 별처럼 와 뒤덮히고 나의 차오르는 눈물이

내 몸의 일생을 지나는 것을 지나친다 슬픈 생각을 따라 가다 보면

당신들의 육체를 길게 관통하며 강을 건너가고 바다의 슬픔을 건너

내가 되어가는 것을 알게 된다.

 

-작가세계2012년 봄호

 



이윤설시인.jpg


1969년 경기 이천 출생

명지대 철학과 및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4<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

2005년 국립극장 신작희곡페스티벌, 거창국제연극제 희곡 공모 대상

2006<조선일보><세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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