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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봄이었다 / 정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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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66회 작성일 19-05-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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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봄이었다

 

   정윤천

 

 

  생강나무 꽃잎들은 가벼워서 철사 같이 가는 잔가지들도 위로 향해서만 있었다 봄 꽃잎들 속으로는 무거운 것들이 없어 보였다 아이들도 그랬으면 싶었다 해남보다 명부전 뜰앞보다 가까운 곳에 진도 바다가 지내며 있었다 푸르게 멍이 들었고 부르면 금방이라도 그리워지는 호명이었다 보내고 싶은 것들은 진도, 봄의 꽃가지들 같아 있었으나 흘러든 것들로 진도는 멀어 보였다 오래전의 그림과 바람 죽음과 노래 북춤과 붉은 술이 꿰어져 한 몸이었다 진도, 봄이었다

 

  가지 않는, 가지 못한, 가기 싫은, 가서는 아니 되는, 갈 수 밖에 없는, 보내버린, 진도로 지나고 진도로 내쳐진, 도착한 만신창이들마다 위에서는 다시금 진도, 봄이었다

 

  여기로 흘러든 흘러간 사람의 자취 하나도 떠올라서 거기 있었다 아이들은 떠오르지 않고 있었다 원() 없이 머무르다 간 사실만 남았으니 곽 씨* 여자를 썼으니 진도, 봄이었다 허문(許門)**의 화업이 깨알처럼 반추되던 계절들이 흘러갔고 지초빛 노을이 왔다가 스러졌다 그림들이 글씨로 태어나고 글씨들이 그림들에 배어 죽어 나갔다 그런 뒤가 바로 진도, 봄이었다 아름다운 것들은 진도에 와서 거기 글자로 그림으로 걸려 있었다 곽 씨 여자의 손목 심줄 하나도 그 바다의 혼백 속으로 담겨 있었다 아이들처럼 여자의 행적인들 진도, 봄으로 피어 있었다

 

  바라보는 끄트머리의 끝에 죽음이 담겨 있었다 숨 없는 육신을 낟가리에 뉘어 놓고 너나들이 노래를 대면 진도, 곁으로 오가는 일들이 한갓 봄 꽃잎에 맞아 떨어졌다 북소리는 너울을 넘고 그 장단은 멀리 갔다가 되돌아왔다 어느 먼 산중 위에서 날것들의 정령을 향하여 인간의 고기를 던지던 외지고 까마득한 마침의 말미로도 진도, 봄의 구역이 끼어들어 있었다 삶과 죽음을 떠올려 보면 너는 나고 너는 지며 진도, 봄이었다 보배로 오셨다가 보배로 흩어지는 그 사이가 진도, 봄이었다 진도, 봄으론 듯 맞춤하였다

 

*진도 출신의 소설가 곽의진. 소치 허련의 일대기 꿈이로다 화연일세를 신문에 연재하여 장편 대작을 완성하고 진도에서 죽었다.

**허 씨 문중. 남종화의 태두인 소치의 화맥은, 소치 허련에게서 비롯하여 허유, 허형, 허건, 허문까지 5대에 이른다.

 

계간 시산맥2019년 여름호


 


d~1.JPG

 

1960년 전남 화순 출생
1990년 무등일보 신춘 문예 당선
1991년 계간《실천문학 》등단
시집으로『생각만 들어도 따숩던 마을의 이름』『흰 길이 떠올랐다』
『탱자꽃에 비기어 대답하리』『구석』
시화집『십만 년의 사랑』등

2018 지리산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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