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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태워 시가 빛날 때 / 이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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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47회 작성일 19-05-27 11:15

본문

시를 태워 시가 빛날 때

 

   이원규

  


은 장작은 말수가 적어

이 세상의 신문은 불쏘시개로 태어났다

외설적인 정치면과 다이어트 중인 문화면

노안의 글씨는 작아도 거짓말처럼 화력이 좋지만

엄동설한에 솔가리며 신문지마저 떨어지니

소지를 올리듯 문예지를 태운다

 

표지는 뻣뻣하고 목차는 미끄러워

문화예술의 연기인지 그을음인지

과묵한 장작은 쉬쉬 거품을 내뿜지 않는다

재생 속지의 보드라운 수필을 훑어보다

엄살 심한 문장을 찢어 아궁이에 넣으니

글자들끼리 서로 간질이며 타오르고

때로 쉬운 것이 더 어려운 비평의 요지는

같은 대학 다녔어요 술친구예요

후배인지 제자인지 나랑 사귈까요

활발한 문맥의 얼굴을 비비며 불타오른다

숲만 무성한 소설은 울울 오래 타고

불통의 시를 한글로 번역하며

궁시렁 궁시렁 아궁이에 집어넣으니

숨 가쁜 산문시는 더 빠르게

여백이 있는 시는 그래도 좀 천천히

촌철의 시는 문득 푸른 불꽃을 일으키는데

어쩐지 낯익은 나의 시 세 편은

혈흔 지문 발자국도 없는 완전범죄

 

미적 거리가 가깝거나 너무 멀거나

영하 십도의 겨울밤 계간 문예지의 다비식은

자꾸 눈이 맵고 얼얼해지는 것이어서

시를 태워 시가 빛날 때

구들방 아랫목이 먼저 후끈 달아올랐다

안방 솜이불을 걷어젖히자

나이테 무늬 장판 위에 상형문자 같은

검붉은 불도장이 찍혀 있고

연기를 빼려고 유리창을 열다 보니

안과 밖의 경계 그 차고 맑은 얼굴에

원고지 천삼백 장 분량의 성에꽃이 피었다

 

 -계간 시작2019년 봄호


 

1962년 경북 문경 출생

1984월간문학, 1989실천문학으로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강물도 목이 마르다』 『옛 애인의 집』 『돌아보면 그가 있다

빨치산 편지

산문집 멀리 나는 새는 집이 따로 없다』 『지리산 편지

신동엽창작상과 평화인권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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