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마밭에서 / 김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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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마밭에서 김금용 빗줄기 몇 차례 산등성 휘돌아 속살거리면 새치름하던 새싹 터지는 소리 산이 울리네 들이 흔들리네 놀라서 채마밭까지 날아온 산비둘기 구구구, 물웅덩이에 그림자 깔면 여린 배추잎 사이로 슬쩍 배 밀며 들어서는 꽃뱀 하나 유혹의 혓바닥 기름진 검은 땅위로 내미네 꽃상추 고추 열무 감자 가지 이브의 분홍빛 꿈을 키우네 다섯 평 밭때기가 푸른 몽상에 시달리네 허기진 사랑 끝에 두 손 가득 안겨오는 따뜻한 자궁, 밑둥치부터 촉촉히 젖어드네 흙내 풋내 열 개 발가락 마디마디 달아오르네 처녀 여린 마음살 잎새마다 푸르게 푸르게 일어서네 ―김금용 시집 『넘치는 그늘』(천년의 시작, 2006)중에서 ![]()
동국대 국문과 졸업 중국 베이징 중앙민족대학원 중국문학과 졸업 1997년 《현대시학》등단 시집 『광화문 쟈콥』 『넘치는 그늘』 『핏줄은 따스하다, 아프다』 번역시집 『문혁이 낳은 중국현대시』 『나의 시에게』 중역김남조시선집 『今天與明天( 오늘 그리고 내일)』 등 펜번역문학상, 동국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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