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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모델하우스 / 김효은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29회 작성일 19-06-05 09:53

본문

모자 모델하우스

 

   김효은

 


내 머리 위 모자 속으로

놀러오세요

비 바람 눈 구름 따위 재해를 피하거나

그보다 더럽고 거센 인재 따위를 피하러 들어오세요

단지 숨기 장소로도 적합하죠

발걸음과 숨소리가 거슬린다구요

음소거 버튼도 있어요

고요를 원한다면 빨간 버튼을

사운드를 원한다면 노란 버튼을

날아갈 것 같은 불안에 날마다 시달리신다구요

그렇다면 초록 버튼을 누르세요

볼륨과 중량은 원하시는 만큼 눌러드려요

꽃발 딛고 서 있는 종아리가 매력적이라구요

살랑거리는 꼬리와 지느러미가

길고 날씬하고 예쁘다고요

자주 그리워하면 당신도 길게 늘어나요

하늘은 어떻게 보냐고요

일단 땅을 뚫어져라 쳐다봐요

그러다가 심호흡을 깊게 하면

가슴이 천장이 시선이 쩍 하고

어느 순간 아가미처럼 활짝 열리기도 합니다

내가 누구냐고요

나는 당신이 깜빡한 어제의 점심 약속입니다

어느 주말 아침부터 급히 상가에 가느라 못 챙긴 밀린 늦잠입니다

때로 방금이고요 가끔 이따가도 됩니다

챙 넓은 모자를 눌러 쓴 난쟁이입니다

당신이 지워버린 원고지의 빈 칸입니다

당신이 버린 봉제 인형입니다

당신이 휴가 때 버린 유기견입니다

언제든 찾아와 충전기를 꽂고

무기한 쉬어가도 좋을 버스터미널 공용 콘센트입니다

그러나 방전되기 전에 오세요

길고양이 한 마리도 개미 한 마리도

그냥 보내지는 않을게요

단 당신이 살아 있어야만 올 수 있어요

모자를 눌러 쓴 채

온종일 당신이 오기만을 기다려요

묘지를 머리에 이고 다니는 보부상 아니냐고요

내 머리 위 모자 속이 궁금하신가요

비밀 보따리 속에 보물이 잔뜩 들어 있냐구요

물론입니다

이따금 고객들은 검은 공단 소재의

불행이 드리운 챙을 주문하거나

희망의 분홍 레이스만을 고집하기도 합니다만

죽음의 상장만은 팔지 않습니다

내가 누구냐구요

풀옵션 묘지 모델하우스입니다

전방에 근사한 언덕 하나가 보인다고요

목적지 근처입니다

커다란 모자가 보이시나요

그 모자 안으로 들어오세요

혹자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아니냐고

묻기도 하지만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죽음의 모델하우스

모자 모델하우스로 오세요

당신의 두상에 꼭 맞는

예쁘고 멋진 모자를 제작해 드립니다

처음이라 어색하시다구요

그렇다면 머리에 살짝 얹고만 다니시다가

죽음이 임박하거나

자신의 주검이 익숙하게 만져질 때쯤

푹 눌러 쓰시면 됩니다

결제는 일시불은 언제나 불가능하고요

오로지 평생 상환

할부만 가능합니다

천천히 구경하세요

오늘의 메인 모자 콘셉트는

도서관, 도서관입니다

유난히 책 좋아하는 당신,

책으로 근사한 모자를 만들어드립니다

면류관 보다 멋진 도서관 묘지를 씌워드립니다

 

―《문장 웹진2019.6월호




 

kimhyoeun-150.jpg


1979년 목포 출생

서강대 국문학과 박사과정 졸업

2004광주일보신춘문예 시 당선

2010년 계간 시에평론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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