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모델하우스 / 김효은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모자 모델하우스 / 김효은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27회 작성일 19-06-05 09:53

본문

모자 모델하우스

 

   김효은

 


내 머리 위 모자 속으로

놀러오세요

비 바람 눈 구름 따위 재해를 피하거나

그보다 더럽고 거센 인재 따위를 피하러 들어오세요

단지 숨기 장소로도 적합하죠

발걸음과 숨소리가 거슬린다구요

음소거 버튼도 있어요

고요를 원한다면 빨간 버튼을

사운드를 원한다면 노란 버튼을

날아갈 것 같은 불안에 날마다 시달리신다구요

그렇다면 초록 버튼을 누르세요

볼륨과 중량은 원하시는 만큼 눌러드려요

꽃발 딛고 서 있는 종아리가 매력적이라구요

살랑거리는 꼬리와 지느러미가

길고 날씬하고 예쁘다고요

자주 그리워하면 당신도 길게 늘어나요

하늘은 어떻게 보냐고요

일단 땅을 뚫어져라 쳐다봐요

그러다가 심호흡을 깊게 하면

가슴이 천장이 시선이 쩍 하고

어느 순간 아가미처럼 활짝 열리기도 합니다

내가 누구냐고요

나는 당신이 깜빡한 어제의 점심 약속입니다

어느 주말 아침부터 급히 상가에 가느라 못 챙긴 밀린 늦잠입니다

때로 방금이고요 가끔 이따가도 됩니다

챙 넓은 모자를 눌러 쓴 난쟁이입니다

당신이 지워버린 원고지의 빈 칸입니다

당신이 버린 봉제 인형입니다

당신이 휴가 때 버린 유기견입니다

언제든 찾아와 충전기를 꽂고

무기한 쉬어가도 좋을 버스터미널 공용 콘센트입니다

그러나 방전되기 전에 오세요

길고양이 한 마리도 개미 한 마리도

그냥 보내지는 않을게요

단 당신이 살아 있어야만 올 수 있어요

모자를 눌러 쓴 채

온종일 당신이 오기만을 기다려요

묘지를 머리에 이고 다니는 보부상 아니냐고요

내 머리 위 모자 속이 궁금하신가요

비밀 보따리 속에 보물이 잔뜩 들어 있냐구요

물론입니다

이따금 고객들은 검은 공단 소재의

불행이 드리운 챙을 주문하거나

희망의 분홍 레이스만을 고집하기도 합니다만

죽음의 상장만은 팔지 않습니다

내가 누구냐구요

풀옵션 묘지 모델하우스입니다

전방에 근사한 언덕 하나가 보인다고요

목적지 근처입니다

커다란 모자가 보이시나요

그 모자 안으로 들어오세요

혹자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아니냐고

묻기도 하지만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죽음의 모델하우스

모자 모델하우스로 오세요

당신의 두상에 꼭 맞는

예쁘고 멋진 모자를 제작해 드립니다

처음이라 어색하시다구요

그렇다면 머리에 살짝 얹고만 다니시다가

죽음이 임박하거나

자신의 주검이 익숙하게 만져질 때쯤

푹 눌러 쓰시면 됩니다

결제는 일시불은 언제나 불가능하고요

오로지 평생 상환

할부만 가능합니다

천천히 구경하세요

오늘의 메인 모자 콘셉트는

도서관, 도서관입니다

유난히 책 좋아하는 당신,

책으로 근사한 모자를 만들어드립니다

면류관 보다 멋진 도서관 묘지를 씌워드립니다

 

―《문장 웹진2019.6월호




 

kimhyoeun-150.jpg


1979년 목포 출생

서강대 국문학과 박사과정 졸업

2004광주일보신춘문예 시 당선

2010년 계간 시에평론 당선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691건 2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64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2 1 02-07
164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0 2 02-07
163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1 1 02-07
163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5 1 01-23
163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5 2 01-23
163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6 1 01-23
163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9 1 01-23
163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5 2 01-07
163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5 2 01-07
163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9 2 01-07
163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2 1 12-26
163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5 1 12-26
162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1 1 12-26
162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7 3 12-20
162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1 2 12-20
162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6 2 12-20
162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78 2 12-14
162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0 2 12-14
162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2 3 12-14
162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9 3 12-06
162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6 2 12-06
162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1 2 12-06
161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1 2 11-16
161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9 2 11-16
161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6 2 11-16
161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2 2 11-09
161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6 2 11-09
161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4 2 11-09
161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0 2 10-23
161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34 2 10-23
161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1 2 10-23
161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82 2 10-23
160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03 2 10-04
160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60 2 10-04
160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31 2 10-04
160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7 4 10-03
160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52 2 10-03
160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4 2 10-03
160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7 2 09-14
160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45 2 09-14
160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5 2 09-14
160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39 2 09-12
159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00 2 09-12
159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42 2 09-12
159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9 2 09-06
159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0 2 09-06
159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20 2 09-06
159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78 2 08-24
159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86 2 08-24
159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4 2 08-24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