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혹은 여자 / 안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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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82회 작성일 19-06-05 10:00본문
동굴 혹은 여자
안명옥
동굴이 있다
주저앉아 버릴 것 같아도 짱짱하다
그녀 깊은 곳에선 고요히 물이 흐르고
배를 타고 들어가도 그녀를 다 읽을 수는 없다
앞날이 캄캄할 때마다
서늘해지는 심장
세상은 잘도 돌아가고 있는데
점점 더 많은 것을 포기해야 산다
누군가 적막을 깨면 그녀는 아프다
견디는 것을 가장 잘 한다
불안의 종유석이 자신을 찌르는데도
빽빽한 어둠을 아늑하게 품고 산다
새들은 동굴에서 날 수 있는 능력을 잃었지만
어떤 놈은 동굴을 먹고 사는 법을 터득하기도 하지
가령, 빛으로 먹이를 유인해 잡아먹고 사는 벌레
동공이 커지고 있는 시간에
그것이 무엇이든 지극하게 사랑했다면
잘산 거라고
눈동자가 폐광처럼 깊고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월간 《시인동네》 2019.6월호
경기 화성 출생
2002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서사시집 『소서노』 『나, 진성은 신라의 왕이다』
시집 『칼』 『뜨거운 자작나무 숲』
동화 『강감찬과 납작코 오빛나』 『금방울전』 『파한집과 보한집』 등
성균문학상 우수상, 바움문학상 작품상, 김구용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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