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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치 / 김경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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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21회 작성일 19-06-12 09:29

본문

넙치     

 

       김경후 

  


  어둑한 보도블록, 울툭불툭, 넙치 하나, 누워 있다, 그것은 진흙색 바닥보다 넓적하게, 깊게, 바닥의 바닥이 되고 있는 중, 가끔, 이게 아냐, 울컥, 술 냄새 게운다, 뒤척인다, 하지만 다시, 눌어붙어, 바닥이 된다, 게슴츠레, 왼쪽 눈, 위로, 울컥, 흙탕빛 노을 지나가고, 비닐봉지들, 키득대는 웃음, 지나가고, 슬리퍼 끄는 소리, 지날 때마다, 울컥, 그래, , 바닥이라고, 소리친다, 그것은 더욱 격정적으로 바닥이 되기로 맹세한다, 끌로도 끝으로도 떼어 낼 수 없는 바닥, 더 바닥, , 더 바닥이 되기로, 울컥,

  지금 넙치가 나올 철인가, , 그렇지, 이 바닥이나, 저 바닥이나, 다 그렇지, 사내 둘, 바닥 끝 지나 골목 끝, 횟집 문을 연다,

 

 -계간 시인수첩2018년 여름호





lllk.JPG

 

서울 출생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그날 말이 돌아오지 않는다』『 열두 겹의 자정』

『오르간, 파이프, 선인장』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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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맛이깊으면멋님의 댓글

profile_image 맛이깊으면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바닥이기를 거부하는 바닥의 자조
----------------------------------------------
아마도 시인은 곧잘 들리던 골목 끝의 횟집을 가던 중이었을 거다.
보도블록이 빤빤하게 잘 마감된 도로는 아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걷다 보니, 발걸음 하나가 툭 걸린다.
내려다봤을 것이다.
보도블록은 아마도 가는 방향으로 사방형으로 놓여 있지 않았을까?
보는 입장에서 사각형으로 보였다면, 넙치가 아닌 다른 것으로 생각했었을 지도. 그러니 넙치라는 것은 시각적으로
보이는 보도블록에 대한 형상화인 거니 사실은 보도블록, 수많은 걸음을 받아 주는 바닥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제대로 밑바탕을 다짐했다면, 보도블록의 울컥임이 덜 했겠지만, 그 정도의 수고와 노력에 정성을 들인 바닥을 그다지
목도한 경험은 별로 없다.
밑바닥까지 제대로 챙겨주는 사회는 없는 것이니.

제대로 된 바닥이 아니다.
바닥이 바닥이기를 거부하니 말이다.
그래서 울컥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받아내야 할 온갖 것을 받아내면서
더욱더 격정적으로 바닥이 되기로 하지만, 울컥질은 멈추질 않는다.

마지막 연의 등장인물, 사내 둘은 왠지 전작이 있는 얼큰한 모습으로 어깨동무를 한 채 횟집 문을 벌컥 열어젖혔을 것 같다.

사족, 사실 나는 이런 유의 자조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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