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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되다 / 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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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39회 작성일 19-06-12 09:33

본문

소화되다

    이동호

 

 

창 밖 해 위에 올려놓은 한여름이 끓고 있다

한여름 속에서 사람들은 땀방울을 토해내면서 푹 삶기고 있다

뼈가 흐물흐물 녹아내리겠다

바람들이 사람들을 한 숟갈 떠도 좋겠다

나뭇가지가 사람들을 젓가락질해도 좋겠다

 

현관문들이 맛있게 익은 사람들을 한 공기 드신다

아 맛있어 두 공기 드신다

건물 앞 네거리에 밥공기 같은 자동차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의 내장까지 깊숙이 들어가

서서히 소화된다

사람들이 영양분이 되어 건물 속을 돌아다닌다

건물들이 하루 종일 서서 일해도 건강한 것은

사람들을 편식하지 않은 때문이겠다

 

저녁 무렵이면 현관문을 통해 사람들이 한꺼번에 바깥으로 배출된다

그러고 보면 어둠은 얼마나 고약한 냄새인가

곧 어둠을 맡은 잔별들이 윙윙거리며 가득 날아들 것이다

현관문을 빠져나온 사람들이 지하철로 서서히 내려가고,

똥 덩어리 같은 전동차들이 좁은 땅속을,

잘도 빠져 나간다

 

하늘에는 화장실에 들어와 앉은 엉덩이처럼 둥근 달이 떠 있다

사람을 닦고 버린 냄새 나는 구름들이 허공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다

화장실에서 아무리 시원하게 볼일을 봐도

뱃속에는 여전히 잔변감이 남는 법이다

세상 속에는 불 켜진 창들이 아직도

잔변처럼 제법 남아 있다

  

  -이동호 시집총잡이(애지, 2018)


이동.jpg


1966년 경북 김천 출생

대구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및 성균관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과 졸업

2004<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조용한 가족총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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