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감사 한가위선물세트 / 이명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고객감사 한가위선물세트
이명윤
찾으시는 계절은 생필품 코너를 돌면 차곡과 차곡 사이에 있습니다 달력과 달력 사이, 주고와 받고 사이, 가격과 지갑 사이, 주저와 주저 사이, 자매라니요 우린 엄마와 딸 사이, 화장과 포장 사이, 카트와 카트가 서로의 어깨를 부딪는 사이로 올해도 걸음이 몰리는 취업과 결혼 사이, 고향과 잔업 사이,칙칙과 폭폭 사이, 사이를 한 바퀴 돌면 사이가 보입니다 당신과 나는 어떤 사이일까요 사이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사이, 당신을 한참 들었다 놨다 하는 사이, 누군가 얼른 홍삼 세트를 꺼내 듭니다 사이와 사이를 잘 보시면 1+1이 있습니다 서민이 행복해지는 마법을 우리 사랑해도 될까요 사이를 한 바퀴 돌면 고개를 숙인 채 덤으로 따라오는 내가 보입니다 사과와 사과 사이, 앉아 있는 피곤한 당신도 오래전 누군가가 보낸 선물, 덜컹덜컹 꿈이었다가 현실이었다가, 사이가 흔들리면 손잡이를 꼭 잡으세요 웅성웅성 별들이 빙글빙글 도는 사이, 꽃들의 전쟁이 터질 듯과 말 듯 사이, 공중에서 중계하는 정상과 회담 사이, 고객님, 세상이 바뀌어도 계산이 먼저입니다 돌아눕는 붕어빵과 뜨거워진 눈빛 사이, 깜빡 잊은 얼굴 찾아 뛰어가는 구름을 지나면 계산대에 길게 늘어선 산과 산 사이, 계란 한 꾸러미로 깜짝 파고드는 능청과 주름 사이로 아버지, 올해도 반짝 둥근달이 떴습니다.
ㅡ웹진《공정한시인의사회》(2019, 6월호)

2007년 《시안》으로 등단
시집 『수화기 속의 여자』
<시마을 문학상>, <전태일 문학상>
<수주 문학상>,<민들레 문학상>, <솟대문학상> 수상
댓글목록
코스모스님의 댓글

늘, 좋은시를 쓰는 이명윤 시인님
다작이 부럽고, 열정에 박수 보냅니다 추천 꾹 눌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