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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두고 싶은 순간 /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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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540회 작성일 19-06-17 09:25

본문

남겨두고 싶은 순간

 

   박성우

  

 

시외버스 시간표가 붙어있는

낡은 슈퍼마켓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오래된 살구나무를 두고 있는

작고 예쁜 우체국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유난 떨며 내세울 만한 게 아니어서

유별나게 더 좋은 소소한 풍경,

 

슈퍼마켓과 우체국을 끼고 있는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아 저기 초승달 옆에 개밥바라기!

 

집에 거의 다 닿았을 때쯤에야

초저녁 버스정류장에

쇼핑백을 두고 왔다는 걸 알았다

 

돌아가 볼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으나, 나는 곧 체념했다

 

우연히 통화가 된 형에게

혹시 모르니, 그 정류장에 좀

들러 달라 부탁한 건, 다음날 오후였다

 

놀랍게도 형은 쇼핑백을 들고 왔다

버스정류장 의자에 있었다는 쇼핑백,

쇼핑백에 들어있던 물건도 그대로였다

 

오래 남겨두고 싶은 순간이었다 

 

  - 계간 시인시대2019년 봄호 




      parkswoo.jpg

 

 1971년 전북 정읍 출생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2002년 시집 『거미 』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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