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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하우스 / 고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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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33회 작성일 19-06-26 09:01

본문

모던 하우스 

 

   고경숙

 

고가사다리 꼭대기가 15층 창문에 턱을 걸고

힘을 주면 부러질 것 같은 다리를

반복적으로 흔들면서 취급주의를 당부했다

마당을 들고 오던 노모가 저지당하고

2가 되었다

사내아이는 자청해서 방3이 되었다

 

평면적이 아닌 체적에 잔금을 치른 안주인은

방마다 문을 열어젖히고 취향대로

핑크, 아이스블루, 베이지 등 공기에 색을 입혔다

라벤더 향도 추가했다

거실이 광장이지?

활짝 열린 밸브는 흥분상태로

원탁에 구성원들을 불러 모았다

화목하게 화목하게 밥을 먹었다

 

비밀번호를 여러 번 고쳐 누르고 반입된

1이 밤늦게 합류했다

광장 바닥에 술에 취해 엎어진 채로,

안주인은 팔짱을 끼고 내려다봤다

1의 손을 잡고 방2가 안타까워했다

날바닥에서 이러면 병 나,

비죽 고개 내민 방3이 밀실로 퇴장했다

광장엔 비둘기 한 마리 날지 않았다

골목같이 축 늘어진 방1의 몸이, 시계가,

12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계간 포지션2019년 봄호





1961년 서울 출생  
2001년 계간 《시현실》등단  
시집 『모텔 캘리포니아』『달의 뒷편』 『혈穴을 짚다』『유렁이 사랑한 저녁』등 

1999년 제 4회 하나.네띠앙 인터넷 문학상 대상  
2000년 수주문학상 우수상  

2012희망대상(문화예술부문)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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