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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의 시간 / 정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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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9회 작성일 19-06-28 09:23

본문

렘의 시간

 

   정가일

 

 

저것은 분명 돌부리를 밟고 기억의 저편에서 건너왔을 것이다

 

아직은 추운 봄 들판의 꽃들과

산 그림자 마을로 돌아오던 조약돌 구르는 소리와

삶의 구비마다 덜 익은 버찌를 타 먹던 수피아들의 설렘이

아직도 반짝이고 있는데,

 

누군가에겐 그것이 어머니의 젖무덤같이 푸근했을 것이고

그것이 무서운 어린 소녀는 멀리멀리 달아났을 것이다

늙은 소나무가 아직도 마을 앞 빈 묘지를 감싸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건넛집 머슴아를 기어이 놀이의 금 밖으로 밀어내던 그 날처럼

가던 길 잠시 그렁그렁하게 멈춰야겠다

 

여기는 막다른 외길이다

묘지가 있고 늙은 은행나무가 있고 멀지 않은 곳에서 도랑물 소리가 들리는 곳

숨차게 달려와 오히려 고요해진 이곳에서

지난겨울에 떨어진 나뭇잎 하나 받쳐 들었다

저기, 잎맥 사이에 곱게 물든

시간들,

 

눈이 시리다

  

계간 시선2019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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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원 출생  
2002년 <평화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 얼룩나비 술에 취하다』『배꼽 빠지는 놀이』『사랑이라 말하기에는』

          『우리 언니는 돌아오지 않았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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