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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 죽이기 / 윤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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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8회 작성일 19-07-08 10:43

본문

사슴 죽이기

 

   윤의섭

 

 

잠은

아기 울음 같은 신음으로 깨곤 했다

신음의 끝자락이 들렸고 방금까지 누군가 지켜보고 있던 흔적옆자리의 온도

그러나 지상의 모든 아침에 나 혼자 깨어난 듯하여

 

아픈 일이 쌓이면 이야기가 된다

왜와 그래서 사이의 전말은 잊히고

고사목에 핀 불가역적 꽃은 잔인하다고 전해진다

신음은 간신히 새어나오기 위해 고통의 뿌리를 살려둔 것이다

 

울타리 너머에서 간간이 들리는 사슴 울음을 아기가 우는 소리로 알고는

사슴 농장에 주말마다 사람들이 찾아드는 이유와 아기 울음과의 상관성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는데

밤마다 들리던 울음이 끊긴 뒤에도 귓가에 혹은 몸 안에서부터 들리는 울음

 

공포란

지워지지 않은 기억과 예감 아직도 잠이 들면 잠 밖으로 나와 살을 떨며 살려달라고 우는

사슴 울음의 가느다란 신음으로 끝나는 선혈 같은 아침

 

이를테면 가장 선한 죄의식

받아들이기 싫은 운명을 같이 알고 있는 죄

도망치듯 잊어버리려고 한 죄

 

신음이 멈추지 않아

불가역적 뿔이 계속 돋아나고

 

월간 시인동네20197월호 


 

 

 

1968년 경기 시흥 출생
아주대 국문과 졸업(국문학 박사)
1994년 문학과사회》등단
시집 『말괄량이 삐삐의 죽음』『천국의 난민』
『붉은 달은 미친 듯이 궤도를 돈다』 『마계』『묵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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