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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만큼 왔니 / 김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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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9회 작성일 19-07-09 10:28

본문

어디만큼 왔니

 

   김병호

 

 

종소리가 비탈을 타고 내려오네

하루내 마치지 못한 기도처럼 간절하고 지루하다네

 

절룩거리는 여자는 층계참에 앉아 있네

어스름을 기다리는지

주름 없이 하얀 무릎이 가파르고

약지에 새겨진 반지 자국이 초승달보다 환하네

 

사람들은 여자를 독하다 하지

 

고이 접어둔 사진이나

깨진 거울 조각이 없이도

먼발치의 새들은

함부로 울음을 지어 일가를 이룬다네

 

그런 날은 오한이 깊어 마당이 비어지고

밤새 이불 밖으로 나온 발처럼

망설이며 지나쳐버린 봄처럼

난처한 기색도 없네

 

여자의 집은 비탈 아래에 있어 아주 깊지

시퍼런 독이라도 있으면 넌지시 풀어주고 싶지

종소리도 여자도 저녁도

, 비어가고

 

저 어둠은 누가 녹이는지

돌아보면 한낮의 내력은 그새 말라버리고

 

삶은 다시 경이에 가까워지지

 

 -계간열린시학2019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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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광주 출생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

200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으로 달 안을 걷다, 밤새 이상을 읽다』 『백핸드 발리

2013년 한국시인협회상 젊은 시인상

2013년 제8회 윤동주 문학대상 젊은 작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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