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소묘 / 이현호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동물 소묘 / 이현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31회 작성일 19-07-11 09:56

본문

동물 소묘

  이현호

  


"요즘 어때?" 누가 물어오면, "그냥."이라고 얼버무릴 날들

마음이 마음을 돌보지 않은 지 여러 날이다

창밖 놀이터의 벚꽃은 이 저녁을 견디기 힘들 것이다

힘들다는 거, 방금 몸 매달 한 가닥 줄도 없이 방바닥을 가로지르던 점 하나

그 거미의 옹송그린 자세 같은 거

불을 켜지 않는 방에는 실수로라도 찾아올 날

벌레도 없는데, 나는 괜히 미안함을 가져보고 싶어서

거미를 지켜보기도 했지 아껴 맛봐야 할 마음의 양식인 듯이

"왜 그래?" 누가 알아주면 ,"아무것도." 라며 흐릴 날들

씻어야 할 마음이 있는 것 같아서

샤워기를 틀면 습기 찬 저녁은 알몸뚱이를 거미줄같이 감싸고

방바닥에 흘린 물기를 걸레로 닦으며

물 한 방울 마실 데가 없었을 너에 대해 반성했지

나는 어쩐지 미안함을 느끼고 싶어, 방바닥에 붙어 눈감고

침묵으로 거미의 울음소리를 돌보고 있으면

이 밤이 벚꽃을 토하는 소리가 창을 넘어오고

'괜찮니?' 혼잣말을 하면, 방 한구석에

작은 물방울의 자세로 숨을 죽이는 감정 하나

마음의 변태로나마 붙잡고 싶은 한 목숨이

거미줄도 없는 허공에 매달려 아슬아슬 깊어진다

 

 - 이현호 시집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문학동네, 2018) 중에서


 

 

1983년 충남 연기 출생
2007년《현대시》로 등단
시집 『라이터 좀 빌립시다』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등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697건 8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34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4 0 05-05
134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3 1 04-24
134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3 1 07-31
134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2 0 05-16
134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1 1 07-25
134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0 1 03-01
134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9 0 09-14
134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8 0 06-24
133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7 1 10-18
133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5 1 07-25
133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5 0 06-06
133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3 0 04-16
133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1 0 01-07
133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0 0 11-13
133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0 1 01-30
133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7 0 06-17
133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7 0 07-18
133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6 1 07-15
132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6 0 05-07
132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5 1 07-10
132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5 0 08-13
132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4 1 02-12
132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2 0 11-04
132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2 0 07-18
132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1 1 07-11
132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1 0 08-02
132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9 0 06-10
132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7 0 01-29
131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6 0 08-12
131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6 0 07-10
131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5 0 06-05
131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2 1 06-08
열람중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2 0 07-11
131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1 0 08-17
131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0 0 02-25
131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0 0 02-20
131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0 0 06-21
131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9 0 07-01
130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8 0 06-02
130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8 1 04-10
130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7 0 06-27
130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7 0 09-17
130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6 0 05-29
130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5 0 05-03
130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5 1 04-20
130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4 0 06-19
130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3 0 05-19
130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3 0 05-21
129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0 0 05-25
129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0 0 03-08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