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 이경교
페이지 정보
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34회 작성일 19-08-12 10:31본문
주름
이경교
저 울퉁불퉁한 우주 한 모퉁이, 허공은 결을 이룬 주름살이지
물결은 그걸 본떠 굽이굽이 출렁이지
그 출렁임 위에 길 잃은 구름을 심어놓기도 하지
그때쯤 잎새 위에도 주름이 돋아나지
당신의 말은 내 귓밥 오목한 둔덕을 넘다가 넘어지지
잎맥의 문턱이 자꾸 발을 거는가, 내가 흩어진 낱말들 긁어모을 때
당신의 말은 잎새 위에서 미끄러지지
공기가 머물다 흩어질 때마다 몇 개의 빗금이 그어지고
우리는 그걸 대화라고 부르지
우리 만난 뒤 우리를 베끼는 저 흔적들, 세월을 복사하며
새겨지는 주름살들
어제 무엇이 남나, 우리가 지나간 뒤 남겨지는 발자국들
발자국 소리에 쿵쿵, 지층이 주름지고 그걸 흉내 내는
옷자락의 구김들
먼 평원 위엔 봉분 하나 또 솟아나지
쭈글쭈글한 얼굴의 아이 하나 태어나지
―월간 《시인동네》 2019년 8월
1958년 충남 서산 출생
1986년 《월간문학》 등단
동국대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꽃이 피는 이유』『달의 뼈』『모래의 시』등
시 해설서 『한국 현대시 이해와 감상』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