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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밤 / 황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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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36회 작성일 19-08-1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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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한 밤

   황혜경



행복해 보이는 개랑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듯 보이는 개랑 놀았다
행복한 개랑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개랑 논 것과는 완전히 딴판으로


연소(年少)한 것들이 지나갔다
똥꼬치마립스틱하이힐양복수염넥타이구두
그것들과는 멀었지만
암수를 한 쌍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지나간 것이 있었고 지나가고 있는 것이 겨웠다 뚜렷했다


야외 관람석이 있다면 내볼 만한 밤이다
방에는 쓰지 않는 가방이 많고 곳곳에 안이 많다


새끼를 낳기 전에 풀잎으로 공간을 밀폐하는 염랑거미는 제 몸을 먹이려고 공들여 입구를 막는다

어미의 살을 먹고 자라 그곳을 나온 어린 염랑거미에 대해 듣던 밤이 있었다


수식어가 붙은 이름 그것들을 언제 다 떼고 가려나


나는 방에서 어제 놓친 검은 왕거미를 한 번 더 놓쳤는데 갈 길을 간 거미가 나오지 않는다 거미는 살고 있을까
내가 세든 집에 네 집도 있는 모양이구나


밤이 지나갔다
포기한 밤도 있고 사탕에 혀를 베일 줄이야, 베인 밤도 있고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해 착색되는 빛을 품은
몽롱하고 아리송한 밤도 있었다


가끔은 거절해줘 고뇌는 그 자리에서 그때 시작되니까
육체의 편의를 닫게 해줘 확장은 거기서 시작되니까
누워 있는 자리에서 처소에 대해 생각하면
맴맴, 스올, 스올이 맴돌던 밤이었다 일 년 같은 하루


선명했다 밤다운 밤이었다



월간 시인동네(2019.6월호)




 

 


1973년 인천 출생
서울예술대학 및 추계예술대학교 문창과 졸업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학예술학과 수료
2010년《문학과사회》신인상 수상
시집『느낌 氏가 오고 있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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