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滴 ―포에지 푸어 2 / 김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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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62회 작성일 19-08-2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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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에지 푸어 2


  김신용


무슨 멸실환(滅失環) 같다

힘들게 지었는데 금세 뜯긴 가건물 같기도 하다

몸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인간 개구리들이 책의 강을 건너갔는지*

대형 서점 구석으로 밀려 난 시집 코너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아니면, 지난 궁핍했던 시절을 체험하기 위해 청계천 변에 지어놓은

일일관광 숙박용 움막 같은 표정이라고 해야 하나...

자신은 분명 여기 있는데 없는 것 같은 낯빛이다

멸실환... 한때 있었지만 지금은 흔적도 없이 지워져버린

그 멸실환에 대해 숙고하고 있는 듯한 포즈이다

그래도 눈빛만은... 눈빛만은 메마른 벌판에 떨어진

물 한 방울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구부정한 걸음걸이는....

미쳐서 살다가 죽을 때 비로소 제정신인

사람 같기도 하다 아니, 방금 지나온 인파로 북적이는 시장의

상점들의 거리를 문득 뒤돌아보다가, 소금 기둥으로

굳어버린 것 같기도 하지만... 적막만이...

적막만이 자신이 돌아갈 집이란 것도 알고 있는...

그 물방울 하나가 혼밥 아니, 魂밥이라는 것도 알고 있는...

또 그렇게 시간의 쓰레기통에 버려져 갈 것이란 것도 알고 있는...

그래, 한때 존재했었지만 사라져버린... 그 멸실환처럼...

그것이 무슨 유토피아인 것처럼...

  *살인자의 기억법.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2017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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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부산 출생

1988현대시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버려진 사람들』 『개 같은 날들의 기록』 『몽유 속을 걷다

환상통』 『도장골 시편』 『바자울에 기대다』 『잉어

장편소설 달은 어디에 있나 1,2』 『기계 앵무새』 『새를 아세요?

2005년 제7회 천상병문학상, 2006년 제6회 노작문학상,

2013년 제6회 시인광장문학상, 고양행주문학상

제1회 한유성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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