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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가는 길 /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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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6회 작성일 19-09-11 09:56

본문

부석사 가는 길

 

   정호승

 

 

부석사 가는 길로 펼쳐진 사과밭에

아직 덜 익은 사과 한 알 툭 떨어지면

나는 또 하나의 사랑을 잃고 울었다

부석여관 이모집 골방에서

젊은 수배자의 이름으로 보내던 그해 여름

왜 어린 사과가 땅에 떨어져야 하는지

왜 어린 사과를 벌레가 먹어야 하는지

벌레도 살아야 한다고

벌레도 살아야 벌레가 된다고

어린 사과의 마음을 애써 달래며

이모님과 사과 나뭇가지를 받혀주고 잠들던 여름밤

벌레가 파먹은 자리는

간밤에 배고픈 별들이 한입 베어 먹고 간 자리라고

살아갈수록 상처는 별빛처럼 빛나는 것이라고

내 야윈 어깨를 껴안아주시던 이모님

그 뜨거운 수배자의 여름 사과밭에

아직 덜 익은 푸른 사과 한 알 또 떨어지면

나는 부검실 정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울던

너의 사랑을 잃고 또 울었다

 

계간 시선2019년 가을호



common.jpg


1950년 대구 출생

경희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부문,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별들은 따뜻하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이 짧은 시간 동안』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외 다수

시선집 흔들리지 않는 갈대』 『내가 사랑하는 사람

산문집 위안』 『너를 위하여 나는 무엇이 될까

어른을 위한 동시집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동화집 바다로 날아간 까치』 『슬픈 에밀레종

산소처럼 소중한 정호승 동화집』 『물처럼 소중한 정호승 동화집

어른을 위한 동화집 항아리』 『연인』 『기차 이야기』 『비목어외 다수

19회 공초문학상, 23회 상화시인상

9회 한국가톨릭문학상, 11회 편운문학상

12회 정지용문학상, 3회 소월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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