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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 주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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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99회 작성일 19-09-16 09:32

본문

송곳

 

  주영헌

 


빈 몸에 취기로 둥지를 튼 새벽

몸 안이 절절 끓고 있다

거미처럼 천정으로 기어 올라간 그림자가 투명한 집을 짓는

새벽이 터져 환한 아침

순서를 앞지른 아이가 내 옆에서 거꾸로 자고 있다

추위를 쫓고 덮어준 이불 사이로 손가락이 뾰족하다

검게 때가 낀 손톱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

겪어나가는 모든 일은 다 깰 때가 있다

어느 지점을 봉합한 아이가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일

잠시 시들었던 아이의 몸에선

시든 꽃잎들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 같은 말들이 의사의 입에서 옮겨지고 있다

아침까지만 해도 아파트 앞 놀이터에서 놀다 온 두 손

억세게 철봉을 잡았던 손가락도 기진한 듯

아비의 손가락 마디 하나를 잡지 못하고 있다

병실이 놀이터라도 되는 듯

손톱 사이엔 놀이의 흔적이 얼룩져 있다

수액이 줄어드는 시간

그만큼 비워진 아이의 시간이 몸속에 차오르고 있다

분주함이 침대 하나씩 차지하고 누워있는 병실

침묵은 분주함의 후생 중 하나일 것,

눈을 떴으나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지난밤 가시지 않은 취기가 송곳처럼 머릿속을 쿡쿡 찌르고 있다

이제 아이는 지나온 빈 시간을 구겨 놀기까지 한다

정지된 것들을 터트리는 송곳이 반짝 빛났다

- 주영헌 시집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 2016, 시인동네

 


jooyounghun.jpg


1973년 충북 보은 출생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 문창과 졸업

2009시인동네로 등단

시집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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