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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큰 고구마 / 이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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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24회 작성일 19-09-17 11:11

본문

너무 큰 고구마

 

   이진명

             

 

재래시장에 붙은 좁은 보도

보자기만 한 좌판을 앞자락에 벌리고

골판지 깔개에 웅크려 앉은 한 아주머니

무언가를 꽉 쥐고 먹고 있다

늦은 점심인가 간단하군

그런데 무얼까 처음 본다

사람이 먹고 있으니 먹는 무엇이긴 한가 본데

무얼까 팔뚝만 한 것

길이 굵기가 딱 사람의 팔뚝

흙빛 번진 것 같은 무른 피부색 껍질

계속 꽉 쥐고 껍질째 먹고 있는

옛 무슨 퉁퉁한 방망이 같은 것

무얼까 이상한 먹거리다

수입산일까 별거가 다 들어올 테니

, 꼭 그거다

거기 그 나라 남근숭배 사당의 감실

꽃목걸이 주렁 걸치고 느끼하게

길고 크게 곧추세운 그거 링가

반질거리는 딴딴한 흑돌 링가 말고

조금 물렁, 주물주물하는 것 같은

비린 나무 느낌의 링가

 

급기야 아주머니 앞으로 펄떡 다가가

너무 열중해서 받친 된 목소리로

지금 드시는 거 그게 뭐예요

움막에서 천천히 얼굴을 밀어내듯

아주머니 천천히 얼굴 밀어 올리며

고구마지 뭐여

다시 펄떡 놀래서

안돼, 아줌마, 물이랑 같이 먹어야지, 목메,

뜨거운 물 없어요, 목메, 어떡해,

따뜻한 국물 같은 거랑 같이 먹어야지,

아주머니가 내 아주머니이듯

놓는 말로 완전 임의롭게 쏟아뜨리고 있는

이 한꺼번의 말들 내가 쏟아내고 있는 거 맞아?

이 무슨 이상한, 이 무슨 시추에이션?

아주머니가 옆구리 보따리를 뒤적뒤적하더니

보온병을 척 들어 보인다

예다 물 넣어 왔수 하며 보온병 뚜껑을 돌린다

아주머니의 입속 이빨이 띄엄띄엄하다

 

너무 큰 고구마

농사일 조금만 알았더라도 알 만한 일이었겠지

너무 큰 고구마도 나온다는 걸

세상 나와 처음 보게 된 너무 큰 고구마 하나를 갖고

이래 펄떡 저래 펄떡 과도한 야단스러움

얼마나 열중했으면 링가까지 튀어 나오냐

하여튼 오늘은 너무 쌀쌀한 날씨라고 춥기까지 하다고

옷 잘못 입고 나와 후회막급이라고

길거리 찬 바닥에 저리 앉아서

싸늘히 식은 고구마 맨입에 막 먹으면 목멘다고

목을 칵 매는 것과 다름없다고

 

너무 큰 고구마 때문에 열중해서일까 놀라기까지 해서일까

돌아서 가면서도 망상이 그치질 않네

그 아주머니에게도 집에 돌아가면 링가 남편이 있을까...

누워 일어나진 못해도 아주머니 들어서면

애썼수, 그런 인간의 말 할 줄 아는 링가가...





 

 

1955년 서울 출생
1990년 《작가세계》등단
시집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
『 집에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다』
『단 한 사람 』『세워진 사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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