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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자네 점집 / 김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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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84회 작성일 19-09-1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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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자네 점집

 

  김해자


 

  술은 좋아하지만 술 마시면 눕지 못하는 지병이 있는 그 여자, 술이 출렁거리는 머리에 무슨 책이 들어오리요만 다행히 딸내미 머리맡에 차곡차곡 쌓인 책은 읽어졌다는데, 그 책이라는 게, 회사에서 선택적 복리후생비 조로 들은 강의 책자들이었다는데, 그 딸내미도 참 희한하지, 전문 컴퓨터 강의 하나 빼면 주역 사주명리학 애니어그램과 MBTI 별자리 천문학 타로 수비학까지 동서양 기기묘묘한 학들이 도표와 그림 속에 들어 있었다는데

 

  어느 땐가 그 여자 기초수급자를 위한 소양 교육이라는 것을 갔다, 시무룩 눈도 안 마주치고 진짜 수급자인 것처럼 앉아 있는 통에, 금방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눈매 하나 찍어서 실실 타로 점을 봐주기 시작했다는데, 그렁그렁하던 눈에서 눈물이 결국 쏟아지고야 말았고, 눈물이 강물이 되어 한번 휘몰아 간 뒤에, 지퍼 속에 갇힌 입들이 너도나도 지퍼를 열고 나와 저도요 저도요 하는 통에 수업을 몽땅 타로 점 봐주는 일로 공치고 말았다는데, 엄마 죽고 망하고 언제 적 손목 긋었단 꽁꽁 짜매논 이야기가 술술 쏟아졌다는데, 고래도 지가 글쓰기 선생으로 왔는데요, 오늘 풀어놓으신 이야기를요, 고대로 써가 오시모 사주도 봐드린타 카이, 그 다음 주 소설 같은 인생 읽어내느라 날밤 새웠다는데, 공짜 좋아하모 복 달아난데이, 협박 반 공갈 반 천원 오천 원 복채 챙겨서 수입도 짭잘했다는데

 

  내는 단 하나뿐인 당신이란 별을 보고 있데이, 사람살이가 뭐꼬, 밥 나눠 묵음서 알콩달콩 얘기 들어 돌란 것 아니겠노, 일하고 놀고 술 먹는 뒤끝마다 신빨 영빨 차곡차곡 쌓은 그 여자 슬슬 영업을 개시했다는데, 말 할 새도 없이 저짝에서 쏟아내서 그 여잔 해 준 말도 별로 없었다는데, 고맙데이 억수로 고맙데이 오천 원 만 원 지폐 이마빡에 붙여줘서 23차 술값도 계산하더니, 머라 넘의 운명을 함부로 씨부려쌀 수 있것노, 니캉 내캉 이리 마 다소곳하모 하눌님이시고 부처님이시고 살펴보지 않것나, 쪼매만 기둘려보래이 고마 꽃멍울이 꽃때옷 될 날이 올끼니끼네, 뻘소리하던 그 여자, 어느 날은 만만한 내 이름 두자 빌려 돌라더니, 걸어댕기는 점집을 차리고 말았으니 그 이름하여 해자네 점집이라 카더라

 

계간 시와 경계2018년 봄호




kim-hae-ja_700_518.jpg


1961년 전라남도 신안 출생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98내일을 여는 작가등단 

시집 무화과는 없다』 『축제』 『집에 가자해자네 점집

민중 구술집 당신을 사랑합니다

산문집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다 이상했다

1998년 전태일문학상 제10회 백석문학상 수상

13회 이육사 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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