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의 사람 / 박찬일 > 오늘의 시

두 마리의 사람

   박찬일

사람 속에 개가 있다.

개가 나서기도 하고 사람이 나서기도 한다.

개와 사람은 만나지 못한다.

개 속에 사람이 있는 경우도

만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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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사람이 되기도 하고 사람이 개가 되기도 하나

함께 있지는 못한다.

개로 사람을 방문하지 못하고

사람으로 개를 방문하지 못한다.

별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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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 대한 기억도 없고 사람에 대한 기억도 없다.

별개의 방에서 개는 개를 추억하고

사람은 사람을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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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 하나가 되지만

개였던 줄 모르고 사람이었던 줄 모른다.

개로 죽으면 갠줄 알고

사람으로 죽으면 사람으로 안다.

개와 사람이었던 줄 모른다.

―《현대시학》 2015년 여름호​

 1993년 《현대시사상》 등단

연세대학교 독문학과 및 同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시집으로 『화장실에서 욕하는 자들』 『나비를 보는 고통』 『나는 푸른 트럭을 탔다』

『모자나무』 『하느님과 함께 고릴라와 함께 삼손과 데릴라와 함께 나타샤와 함께』

『인류』 『「북극점｣ 수정본』 『아버지 형이상학』 등

시론집으로 『해석은 발명이다』 『사랑, 혹은 에로티즘』, 『근대: 이항대립체계의 실제』

『박찬일의 시간 있는 아침』 『시의 위의─알레고리』

연구서 『독일 대도시시 연구』 『시를 말하다』 『브레히트 시의 이해』 등

제7회 유심작품상, 제11회 시와시학상, 제3회 박인환문학상

제11회 이상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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