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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컵 / 김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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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89회 작성일 19-10-16 09:39

본문

유리컵

 

    김지녀


 

훤히 들여다보이는데

네가 옷을 벗고 돌아다녀

왼쪽 엉덩이 아래 멍은 가리기 좋은 위치인데

아래로 퍼지면서 희미해져

숨이 막혔던 그때처럼

믿음이 깨졌을 그때처럼

 

네 얼굴에선 물고기가 헤엄쳐 다녀

한 마리 아니고 세 마리

열두 마리……

비린 물 냄새가 계속 피어난다

쪼그라든 젖꼭지에서

더 아래 습지에서

 

누구의 것인지 모를 얼룩이 남아

닦아도 지워지지 않아

네가 옷을 입지 않고 돌아다녀

우리가 아는 모든 밤에

 

개처럼 짖지 않지만

개처럼 이빨을 드러내고

 

가장 안전한 곳에서 묘연해지고 있어 

 

-격월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100, 20195-6월호




 

kim1.jpg

 

2007세계의 문학등단

시집 시소의 감정』『양들의 사회학

20회 편운문학상 시부문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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