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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파라솔 / 김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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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32회 작성일 15-11-13 09:36

본문

푸른 파라솔

 

김상미

 

 

진짜 여자가 되려면 파라솔이 필요할 거야

파라솔은 햇빛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처럼

반쯤은 여자들을 눈부신 회상의 멜로디로 만들어 주지

 

나보다 더 먼저 순결을 잃은 언니들이

대성당의 그림자처럼 매혹적인 손길로

내게 건네준 푸른 파라솔

 

나는 그 서늘하고 완곡한 색채에 취해

그만 통금을 놓쳐버리고

새벽녘 광복동 거리에서 하염없이 다가올

불볕더위를 기다렸다

 

파라솔이 펴지고 접혀질 때마다

끈적이는 눈물 같은 불볕더위에 내 어깨끈은 자주,

은밀히 흘러내리고

 

그때마다 나는 능숙한 용접공이 되어 언니들의 욕망을

보호받지 못한 내 욕망에 아주 잘 용접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그늘들을 친한 벗으로 끌어들였던가

 

나보다 더 먼저 여자가 된 언니들이

가슴 절절하고 애잔한 맨발로 아슬아슬

삶이라 불리는 그 수수께끼 강을 건너다니며

두 손에 쥔 짧은 행복을 벌어진 손가락 사이로

파라솔처럼 활짝 펼쳐 보일 때마다

 

나는 푸른 파라솔을 쓰고 하염없이

바람 부는 언덕에 서 있던

한 여인을 생각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사라지지 않고 지워지지 않던

모네의 그림 속 푸른 파라솔을 쓴 여인

 

언니들 같기도 하고 나 같기도 하고 내 엄마들 같기도 한

어떤 것으로도 그 깊이를 잴 수 없는

너무나도 신비하고 놀라운 회상의 멜로디

 

그녀들의 뜨겁고 황홀한 피 냄새가

한 번도 내 눈을 떠난 적 없던!

 

 


kimsangmi-siwapyohyun.jpg

 

1957년 부산 출생

1990작가세계 등단

시집으로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검은, 소나기떼』『잡히지 않는 나비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한 당신

산문집 아버지, 당신도 어머니가 그립습니까

2003년 박인환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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