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하는 사람 / 오 은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궁리하는 사람 / 오 은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08회 작성일 19-11-13 10:37

본문

궁리하는 사람

   오 은 

 


이야기가 필요해

사람이 있고 집이 있고

집에는 책이 있고

식탁 위에는

꽃병도 있는 이야기

 

정작 꽃병에 물이 없었다

 

이야기가 났으니 말이지,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지

숨기고 싶고

들킬까 봐 전전긍긍하고

 

그래도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하는 이야기

 

집 안에도, 책 속에도

식탁 위에도

이야기는 무궁무진하지

 

이야기를 바탕으로 꽃은 시들고 있었다

 

암만 씻어도

아무리 청소해도

제아무리 들여다봐도

 

표가 나지 않아서 그렇지

 

이야기를 떠올리다

꽃병에 물을 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꽃에 물을 주는 것과는 엄연히 다른 이야기

 

오고 가야

나누는 것이 되고

담론이 되어 밤을 밝히고

항간에 떠돌며 손상되기도 하다가

 

이야기의 끝에서 기적적으로 만나는 이야기

 

밥때가 되면

식탁 위에서 다시 외로워지는 이야기

운때가 맞지 않아

집 안에 자취를 감추는 이야기

 

침묵하는 꽃을 핑계 삼아

또다시

이야기는 장황해지고

이야기는 쓸데없어지고

이야기는 황당무계해지고

이야기는 거짓말만 같아지고

 

꽃병에 물을 채우다

이야기를 꺼낸 사실을 잊고 말았다

 

사람이 있고 집이 있고

집에는 책이 있고

꽃병에 물만 채우면

소문처럼 부풀어 오를 줄 알았던

이야기가

 

말문 밖으로 새어 나가기 시작했다

 

궁리하지 않으면

말하기 전에 벌써 곤궁해졌다


오은 시집 나는 이름이 있었다(아침달, 2019)에서

   (2019년 대산문학상 제27회 수상 시집)

 



80051635_1.jpg


 1982년 전북 정읍 출생

2002현대시등단

시집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유에서 유』등

제27회 대산문학상 수상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697건 10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24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8 1 01-01
124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5 1 01-08
124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5 1 01-18
124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4 1 01-31
124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4 1 03-29
124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0 1 04-18
124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4 1 05-01
124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3 1 05-20
123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3 1 06-11
123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1 1 02-07
123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3 1 03-13
123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 1 04-11
123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 1 04-26
1234
5월 / 피천득 댓글+ 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5 1 05-13
123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1 1 06-12
123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3 1 07-02
열람중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9 1 11-13
123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2 1 03-27
122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0 1 07-31
122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3 1 09-07
122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7 1 11-06
122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4 1 12-03
122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3 1 09-12
122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6 1 12-29
122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2 1 02-04
122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0 1 03-15
122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6 1 03-23
122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7 1 05-25
121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1 1 06-07
121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4 1 10-18
121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1 1 10-31
121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1 1 11-15
121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7 1 11-29
121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3 1 12-13
121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7 1 12-21
121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4 1 01-01
121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1 1 01-10
121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2 1 01-18
120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6 1 01-31
120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5 1 02-24
120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2 1 03-29
120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2 1 04-18
120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2 1 05-01
120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4 1 06-14
120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0 1 07-24
120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0 1 02-07
120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2 1 03-13
120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 1 04-11
119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 1 04-26
119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7 1 01-3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