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부분 / 문보영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남는 부분 / 문보영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29회 작성일 19-11-22 10:15

본문

남는 부분

 

   문보영

  

 

나무 식탁에 앉아 방울토마토를 한 개씩 잡아먹는 작가는 땔감을 구하러 숲으로 간다 그것은 책 속의 남자*에게 줄 먹이다

 

책 속에는 축축한 나무 식탁 나무 의자 그리고 나무 침대가 있다 나무 침대에 누운, 침대와 크기가 잘 맞지 않는 나그네는 나무틀의 창문을 바라보며 창문이 열리지 않을 거라는 첫 번째 인상을 받는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잘려나간 팔다리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흘러 다니는 피

작품 속에는 비가 내릴 수 없는데 작품 속 남자는

비 같은 게 좀 그쳤으면 좋겠다며

축축한 마룻바닥 위에 맨발로 서 있다

 

숲으로 간 작가는 나무와 그림자를 뒤집어쓴 채

팔다리가 긴 나그네들을 기다린다

어딘가 넘치거나 어딘가 모자란 나그네들만이 쓸모 있다는 것은

어설픈 작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팔다리가 쓸데없이 긴 나그네가 지나간다

뒤에서 덮쳐 책 속으로

던져버린다

 

배가 고파

나무를 물고 늘어지는 그림자의 이미지에 집중하던

책 속의 남자는 나그네를

침대에 눕히고 톱을 간다 호박색으로

질린 나그네의 얼굴

경험상 이것은 꿈이다, 라는 자각은 공포를 더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나그네는 창문을 본다 창문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인상은 누가 써먹은 공포이므로 나그네는

저 창문을 열어도 바깥은 현실이 아니다, 라는 공포로

창문에 관한 인상을 이어나간다

 

거의 다 된 가스통을 꺼내 두어 번 흔든 뒤 브루스타를 건성으로 툭툭 쳐 불을 켜듯

작가는 침대에 맞지 않는 나그네를 잡아다 책 속에 남자에게 던져주고 손을 턴다 그러니까

이야기에는 얼마간 절실하게 짜고 치는 마음이라는 게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어느 독자가 생각하는 반면

 

독자들은 잘려나간 팔다리들에 관한 깊은 지식을 얻는다,

고 방울토마토를 집아먹으며 작가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본다

 

침대에 나그네가 눕히고

경험상 이것은 꿈이 아니다, 라는 자각은 정신을 차리는 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음침한 방

축축한 마룻바닥과 피비린내

책 속의 남자는 환기를 하기 위해

창문을 조금 열어 빛이 바깥으로 조금 새어나가도록 두는데

새어나간

빛은 언제나 현실이었다 

 

   * 프로크루스테스는 침대에 맞지 않는 사람의 팔다리를 늘려 죽이거나 잘라서 죽였다. 

 

-계간 열린시학2017년 겨울호 





문보영프로필1_m (1).jpg

 

1992년 제주 출생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및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6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시 당선

시집 『책기둥』등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853건 1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207 2 07-19
185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 0 11-26
185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0 0 11-26
185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8 0 11-26
184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5 0 11-22
184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 0 11-22
열람중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 0 11-22
184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8 0 11-13
184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 0 11-13
184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6 0 11-13
184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9 0 11-07
184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 0 11-07
184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5 0 11-07
184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1 0 11-05
183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 0 11-05
183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 0 11-05
183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 0 11-04
183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3 0 11-04
183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9 0 11-04
183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5 1 10-22
183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4 0 10-22
183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2 0 10-22
183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3 0 10-16
183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5 0 10-16
182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 0 10-16
182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4 0 10-15
182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1 0 10-15
182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6 0 10-15
182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1 1 10-10
182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4 0 10-10
182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3 0 10-10
182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9 0 10-08
182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6 0 10-08
182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2 0 10-08
181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 0 10-07
181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 0 10-07
181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 0 10-07
181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9 0 10-01
181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1 0 10-01
181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 0 10-01
181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7 0 09-26
181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6 0 09-26
181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3 0 09-26
181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8 0 09-25
180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0 0 09-25
180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 0 09-25
180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2 0 09-18
180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3 0 09-18
180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9 0 09-17
180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2 0 09-1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top@hanmail.net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