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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부분 / 문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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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06회 작성일 19-11-2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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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부분

 

   문보영

  

 

나무 식탁에 앉아 방울토마토를 한 개씩 잡아먹는 작가는 땔감을 구하러 숲으로 간다 그것은 책 속의 남자*에게 줄 먹이다

 

책 속에는 축축한 나무 식탁 나무 의자 그리고 나무 침대가 있다 나무 침대에 누운, 침대와 크기가 잘 맞지 않는 나그네는 나무틀의 창문을 바라보며 창문이 열리지 않을 거라는 첫 번째 인상을 받는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잘려나간 팔다리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흘러 다니는 피

작품 속에는 비가 내릴 수 없는데 작품 속 남자는

비 같은 게 좀 그쳤으면 좋겠다며

축축한 마룻바닥 위에 맨발로 서 있다

 

숲으로 간 작가는 나무와 그림자를 뒤집어쓴 채

팔다리가 긴 나그네들을 기다린다

어딘가 넘치거나 어딘가 모자란 나그네들만이 쓸모 있다는 것은

어설픈 작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팔다리가 쓸데없이 긴 나그네가 지나간다

뒤에서 덮쳐 책 속으로

던져버린다

 

배가 고파

나무를 물고 늘어지는 그림자의 이미지에 집중하던

책 속의 남자는 나그네를

침대에 눕히고 톱을 간다 호박색으로

질린 나그네의 얼굴

경험상 이것은 꿈이다, 라는 자각은 공포를 더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나그네는 창문을 본다 창문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인상은 누가 써먹은 공포이므로 나그네는

저 창문을 열어도 바깥은 현실이 아니다, 라는 공포로

창문에 관한 인상을 이어나간다

 

거의 다 된 가스통을 꺼내 두어 번 흔든 뒤 브루스타를 건성으로 툭툭 쳐 불을 켜듯

작가는 침대에 맞지 않는 나그네를 잡아다 책 속에 남자에게 던져주고 손을 턴다 그러니까

이야기에는 얼마간 절실하게 짜고 치는 마음이라는 게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어느 독자가 생각하는 반면

 

독자들은 잘려나간 팔다리들에 관한 깊은 지식을 얻는다,

고 방울토마토를 집아먹으며 작가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본다

 

침대에 나그네가 눕히고

경험상 이것은 꿈이 아니다, 라는 자각은 정신을 차리는 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음침한 방

축축한 마룻바닥과 피비린내

책 속의 남자는 환기를 하기 위해

창문을 조금 열어 빛이 바깥으로 조금 새어나가도록 두는데

새어나간

빛은 언제나 현실이었다 

 

   * 프로크루스테스는 침대에 맞지 않는 사람의 팔다리를 늘려 죽이거나 잘라서 죽였다. 

 

-계간 열린시학2017년 겨울호 





문보영프로필1_m (1).jpg

 

1992년 제주 출생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및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6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시 당선

시집 『책기둥』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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