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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떻게 구름이 되는가 / 이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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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05회 작성일 19-12-12 10:10

본문

사람은 어떻게 구름이 되는가

 

   이향지


 

구름이 되기 전에 장작이 되었다

장작이 되기 전에 이불을 주었다

갖고 가, 갖고 가,

눈물 그렁그렁 떠밀었다

몸에 남은 잎새들을 모두 뜯어 지었을

황금색 인조양단 목화솜 이불

그녀에게 남은 가장 따뜻하고 고운 것이었다

 

가장 마지막까지 지니고 있던 가장 고운 한 장을

가장 자주 오지 않던 사람에게 전한 뒤

고질이던 기다림이 다 나은 사람처럼 편안한 얼굴로

불을 댕겼다

 

바닷가 화장장 굴뚝을 빠져나가는 김

한 여자 휴식 없던 아흔다섯 생애를

한 시간도 안 걸려 투명으로 만드는

불이 꺼지자 새로운 구름이 한 장

편백나무 숲 위에 떴다

 

천 리 밖 이불장을 열면 마른 풀 냄새가 난다

풀 먹여 다림질한 포플린 홑청 둘레를 따라

비뚤비뚤 걸어간 굵은 바늘땀

침침한 눈으로 뻑뻑한 솔기를 따라 돌 때

기다리던 사람 달려와 문 여는 소리

수없이 들었을 것이다

 

옆에 누워 단 하룻밤 덮고

눈물 그렁그렁 떠밀어서 받아온 이불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유산을

나는 모시고 있다

 

문장 웹진(2013.12월호)



 

이향지.jpg


1942년 경남 통영 출생
1967년 부산대 졸업
1989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2003년 제4회 《현대시 작품상》 수상
시집으로 『 괄호 속의 귀뚜라미』『구절리 바람소리 』
 『내 눈앞의 전선 』『山詩集  』『 물이 가는 길과 바람이 가는 길』
 편저『윤극영전집 1,2권 』산악관련 저서로 『금강산은 부른다 』
 산행에세이『산아, 산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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