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소박하게 질문하다 / 엄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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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35회 작성일 20-02-25 11:42본문
봄에 소박하게 질문하다
엄원태
몸 풀린 청량천 냇가 살가운 미풍 아래
수북해서 푸근한 연둣빛 미나릿단 위에
은실삼단 햇살다발 소복하니 얹혀 있고
방울방울 공기의 해맑은 기포들
바라보는 눈자위에서 자글자글 터진다
냇물에 발 담근 채 봇둑에 퍼질러앉은 아낙 셋
미나리를 냇물에 씻는 분주한 손들
너희에게 묻고 싶다, 다만, 살아 기쁘지 않느냐고
산자락 비탈에 한 무더기 조릿대
칼바람도 아주 잘 견뎠노라 자랑하듯
햇살에 반짝이며 글썽이는 잎, 잎들
너희들에게도 묻고 싶다, 살아 기쁘지 않느냐고
폭설과 혹한, 칼바람 따윈 잊을 만하다고
꽃샘추위며 황사바람까지 견딜 만하다고
그래서 묻고 싶다, 살아 기쁘지 않느냐고
―엄원태 시집 『물방울 무덤』(창비, 2007)
1955년 대구 출생
서울대학교 및 동 대학원 졸업(박사)
1990년 《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 『침엽수림에서』 『소읍에 대한 보고』
『물방울 무덤』 『먼 우레처럼 다시 올 것이다』 등
제1회 대구시인협회상, 제22회 금복문화상, 제15회 백석문학상,
제2회 발견문학상, 제18회 김달진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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