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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 / 고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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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13회 작성일 15-11-18 09:40

본문

송편

 

고영민

 

 

송편을 빚는다

 

무른 반죽을 떼어 손바닥 위에 굴린다

엄지로 옴폭하게 모양을 만들고

소(素)를 넣어 끝을 여민다

 

지난 한가위엔 팔순의 아버지와 함께

마루에 앉아 송편을 빚었지

아버지는 송편을 참 예쁘게도 빚었네

송편을 예쁘게 빚어야

예쁜 딸을 낳는다

 

올해 한가위엔 아버지가 없고

아버지가 빚은 기름한 송편도 이 세상에 없고

쪄내면 푸른 솔잎이 붙어 있던

뜨끈한 반달 송편 하나

선산엔 아버지를 넣고 빚은 커다란

흙 송편 하나

그리고 나에게는 예쁜 딸이 둘

 

 

1968년 충남 서산출생
중앙대학교 문창과 졸업
2002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악어 』『공손한 손 』,『사슴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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