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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 한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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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59회 작성일 20-03-03 15:22

본문

첫사랑

 

   한상신


   

물방울은 어차피 누드다

물방울들이 물방울들끼리 맨살을 마저 벗는다

 

물방울의 둘레와 둘레를 뺀 나머지

목선을 따라 환한 물방울은

 

물방울이 물방울에 물방울을 끼치다가

물방울 안으로 이내 사라지고 만다

 

물방울 옆에 물방울이 또 도진 후

물방울에 매달린 작은 욕조들

욕조를 욕조 밖으로 떨군다면

물방울 바닥이 더 깊어진다면

 

물방울 우듬지가

물방울 메아리가

물방울 아침이

벽의 줄눈을 타고 붐빈다

 

하마 동그랗게 아물지 않는다

 

욕조가 젖은 발을 들고 서 있다

물방울이 몸을 말아 공중으로 떠나는 동안


- 2020시산맥신인 시문학상 수상작품중에서




2020년 계간시산맥》신인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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