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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뒤에 오는 파랑 /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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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9회 작성일 20-03-23 12:32

본문

빨강 뒤에 오는 파랑

 

손창기

 

 

사냥꾼에게 동굴이란 그림사원寺院인지도 몰라

빛과 어둠이 만나는 순간,

바위벽에 손바닥을 대고

하늘의 노을빛을 끌어다가 찍었을 거야

 

동굴 떠나기 전, 손의 둘레를 그려

그대에게 보여주고 싶었는지 몰라

그대를 만져보고 싶어 손바닥만 남았는지 몰라

 

4만 년 전, 마로스 동굴은

바위벽이 편지였는지도 몰라

노을과 어스름이 만나는 순간, 파랑이 몰려올 때

박쥐가 동굴을 떠나 이 소식 전했을 거야

 

새벽녘 박쥐가 돌아올 때, 사냥꾼은

세상 밖으로 나아갔을 거야, 여전히 손바닥은

빨강색의 윤곽 안에 있으니,

전하고 싶은 말들 가두고 있었을 거야

 

누구든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

빨강 뒤에 오는 파랑을,

그대가 내 손바닥에 포개질 때

말들과 온기가 고스란히 합쳐지듯


시집 빨강 뒤에 오는 파랑

sonchangki-180.jpg


1967년 경북 군위 출생

2003현대시학등단

시집 달팽이 성자『빨강 뒤에 오는 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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