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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녘 / 길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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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7회 작성일 20-03-25 14:03

본문

저물녘

 

길상호

 

 

노을 사이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역

 

누군가는 떠나고

또 누군가는 남아 견뎌야 하는 시간

 

우리 앞엔 아주 짧은 햇빛이 놓여 있었네

 

바닥에 흩어진 빛들을 긁어모아

당신의 빈 주머니에 넣어주면서

 

어둠이 스며든 말은 부러 꺼내지 않았네

 

그저 날개를 쉬러 돌아가는 새들을 따라

먼 곳에 시선이 가 닿았을 때

 

어디선가 바람이 한 줄 역 안으로 도착했네

 

당신은 서둘러 올라타느라

아프게 쓰던 이름을 떨어뜨리고

 

주워 전해줄 틈도 없이 역은 지워졌다네

 

이름에 묻은 흙을 털어내면서

돌아서야 했던 역, 당신의 저물녘

 

   시집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의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

kilsh.jpg


 


1973년 충남 논산 출생
한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오동나무안에 잠들다』『모르는척』『눈의 심장을 받았네』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의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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