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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들의 집 / 오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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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23회 작성일 20-04-06 09:47

본문

가면들의 집

 

오 늘

 

 

물 밖의 풍경은 사라지고 휘청거리며 눈을 가리는 그녀

칠이 벗겨진 채 둥둥 떠다니는 얼굴

 

네가 맑아서 속이 훤히 보여서 한없이 내가 빠져들어가 악몽이 고여 있는 새벽에 닿았을 때 그때 피어나던 수초의 진한 죽음 냄새 되짚어 나올 수 있는 깊이였는데 왜 죽었을까 나는

 

*

 

그곳엔 내가 살아

나만

붉은 플래시백이 터지면 빙글빙글 턴을 하는 네가 보여 러블리 리플리 느릿 느리게 거울 속에는 한 번도 넘어진 적 없는 화분이 살고 멈추지 않는 과거의 일몰

 

죽은 가지에 푸른 달이 앉고

멍든 시간이 풀리고

유리창엔 밤새 귀를 대고 듣던 유령의 흔적들

 

어항은 다섯 명이나 일곱 명쯤의 이야기

숨을 참으며

듣는 것을 멈추지 않는 나를 당신도 지나치지 않길 내가 끝내 가라앉아도 머뭇거리는 당신을 바라보게 해주길

참 많은 눈동자야

 

 

   계간 미네르바2020년 봄호




오늘사진.jpg

 

2006서시로 등단

시집으로나비야,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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