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증기 지역 / 신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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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증기 지역
신미나
하얗다
금방 태어난
새것 같아
화학공장 굴뚝에서 솟는 연기
옥수수밭이 있던 자린데
지금은 많이 변했어
예전과 달라졌어
십 년 전에도 너는
의자가 없는 공장에서
일했는데
희망처럼 풍성하고
굴뚝 위로
재빨리 흩어지는 것들을 믿어도 될까
동생은 노란 얼굴
손을 동그랗게 쥐고
자꾸만 마른기침을 하고
살얼음처럼 반짝이지만
녹지 않는구나
네가 만든 필름은 투명해
유리처럼 오래된 미래를 살겠지
영원은 썩지 않는 것
죽어서도 상하지 않는 것
무엇이 시간을 훼손할까
누나는 하나도 안 변했네
네가 웃으며 말했을 때
어느 여름날
나는 오랫동안 바라봤었지
유독 하나만
사람 종아리만큼 커져 버린
돌연변이 옥수수를
⸻월간 《시인동네》 2020년 2월호
1978년 충남 청양 생
강릉대 교육대학원 졸업
200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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