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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버지의 구근식물이었을 때 / 신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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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38회 작성일 20-04-18 20:05

본문

내가 아버지의 구근식물이었을 때

 

  신정민

 

 

늙은 호박을 열었을 때 세계는 어디에나 있다는 걸 알았다

땅콩 캐던 날 뽑아 올린 줄기마다 주렁주렁 달린 것들도 그랬다

 

화근은 정처 없이 떠다니는 모래알갱이들

 

아름다운 것들은 관심을 바라지 않았다

잡화점에서 키우던 오래전의 개는 지금쯤 죽었을 것이다

 

어느 날엔가 문득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냉장고의 자석인형이 스스로 떨어지면서 목을 잘랐고

회사에서 해고당한 아들은 그것을 주워 들고 우물쭈물 거렸다

 

모든 게 당연하거나 당연하지 않았다

 

마른하늘에서 개구리들은 왜 안 떨어지나

어디서든 회오리가 일어 바닥에 개구리들을 떨어뜨려야 할 텐데 개구리들이 펄쩍펄쩍 뛰어야 할 텐데

 

그 때 나는 새소리를 받아 적고 있었다 치릇 치릇 치치토릇 치치릇 치치릇 치치 치치또릇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입 속을 크게 비워서 둥근, 이란 단어를 굴리고 굴렸다

 

아무리 구슬려도 둥글어지지 않는 둥근,

 

단어들은 왜 사랑을 나누지 않을까

 

너와 나는 첫눈에 반했는데

너무 늦게 만나 후회할 수도 없게 되었는데

 

         

              ⸺계간 시와 사람2019년 겨울호



전북 전주 출생
200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집『꽃들이 딸꾹』『뱀이 된 피아노』 』『나이지리아의 모자』
저녁은 안녕이란 인사를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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