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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새 / 이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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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89회 작성일 20-04-24 08:27

본문

하얀 새

   이규리

1


아무도 듣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아무도 듣지 않는 이야기를 할 수 없어서

만나는 일도
헤어지는 일

우리 서로
모르는 일

날아가는 새는
가는 곳을 말하지 않는다



2


올라가는 길엔
새의 울음
내려오는 길엔
잎사귀의 죽음

자꾸 집을 비우는 마음아

따라올 수도 없는 늦은 이별아

발은 날아가 버리고
빈 구두만 남아

슬픔은 끄트머리부터 말라갔다



3


날갯죽지 안에 남아 있던 체온은
둥지에 놓고

새는 비로소 한 경계를 벗는다

우리가 그토록 머금었던 꿈도
부리가 찍은 흔적

떠나가는 꽃들은 무게를 다 버리고

젖은 날개를 털자
당신은 물기도 없이 흩어졌다

 


 

 

경북 문경 출생
1994년 《현대시학 》으로 등단
시집 『앤디워홀의 생각 』『뒷모습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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