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관계가 명확한 것만을 적습니다 / 이장욱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인과관계가 명확한 것만을 적습니다 / 이장욱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63회 작성일 20-05-08 06:21

본문

인과관계가 명확한 것만을 적습니다

 

   이장욱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영원을 잃어버렸다.

자꾸 잃어버려서 믿음이 남아 있지 않았다.

원래 그것이 없었다는 단순한 사실을 떠올렸다.

 

나는 이제 달라지지 않고 누워 있다.

원인이 사라진 풀밭에 자전거를 버려두었다.

바퀴의 은빛 살들이 빛나는 강변을 바라보았다.

서로에게 불가능해지는 일만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였다.

 

풀밭에는 아주 작은 생물들의 우주가 펼쳐져 있고

그것을 아는 것은 쉽다.

그것을 진실로 느끼는 것은 모로 누운 사람들뿐이지만

누구의 왕도 누구의 하인도 아니어서

외롭고 강한 사람들뿐이지만

 

은륜이 떠도는 풍경을 바라보면 알 수 있는 것

햇빛에도 인과관계가 있고 물의 일렁임에도 인과관계가 있고 달려가다가 멈추어 서서 잔인한 표정을 짓는 일에도 인과관계가 있겠지만

사람이라면 죽은 사람의 입술에만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의 손금에만

 

기도를 하지 않아서 좋았다.

나는 매일 나의 우주에서 부활하려고 했다.

거대한 존재가 내 곁에 모로 누워 있기라도 한 듯이

사랑을 하려고 했다.

 

나는 명확한 것만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바라보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서

텅 빈 주위를 둘러보았다.

 

 

* ‘인과관계가 명확한 것만을 적습니다.’ : 인과관계가 명확한 것만을 적습니다 : 사망진단서 모음집, 김지현 편, 자연사연구회, 2019.

 

 

  ⸻월간 현대시20204월호



b014cb926983c119ae0d1839afcd65f1_1545791316_38.jpg

 

1968년 서울 출생
고려대 노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199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내 잠 속의 모래산』『정오의 희망곡』『생년월일』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장편소설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704건 11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20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5 0 03-26
120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4 0 06-14
열람중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4 0 05-08
120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4 0 07-01
120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3 0 05-29
119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1 1 05-06
119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9 0 07-08
119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5 1 02-26
119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3 0 10-04
119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3 0 08-01
119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2 0 01-15
119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1 0 06-28
119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1 0 05-30
119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1 0 09-04
119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0 0 04-01
118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9 0 08-02
118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9 1 10-29
118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9 0 01-30
118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8 2 10-27
118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7 0 04-25
118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6 0 03-17
118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6 0 10-04
118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6 1 02-22
118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5 2 02-14
118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5 0 11-05
117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5 0 09-27
117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5 1 02-26
117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3 0 05-25
117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3 1 04-20
117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3 0 05-16
117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3 0 02-03
117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2 1 10-25
117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2 1 04-15
117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2 0 08-05
117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1 0 07-26
116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0 1 04-16
116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9 1 06-14
116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9 0 06-18
116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8 0 03-19
116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8 0 10-01
116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8 0 05-12
116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8 1 04-20
116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6 1 04-24
116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6 0 03-07
116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6 1 04-18
115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5 1 02-21
115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5 1 10-18
115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5 0 02-25
115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4 0 04-13
115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4 0 02-25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