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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나무가 걸어갔다 / 신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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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4회 작성일 20-05-12 16:01

본문

바람과 나무가 걸어갔다

 

   신영배

 

 

바람과 나무가 걸어갔다

길은 푸른색

나는 걸어갔다

환하게 뒤집히는 나뭇잎들을 따라

나도 어디 환하게 뒤집혀서

가볍게

바람과 나무가 걸어갔다

나는 발바닥을 뒤집을 수 없는 사람

눈에 물방울을 매단 사람

나는 푸른 손을 썼다

엎지른 말을 다시 주워 담았지만

말은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놓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손이 가벼웠다

돌아오지 않기 위해

바람과 나무가 걸어갔다

나는 푸른 등을 가졌다

젖은 눈으로 바다에 닿으면

바다는 커져서 보이지 않을 테지

그 큰 물송이를 소녀는 어떻게 안고 있는 걸까

가볍게

바람과 나무가 걸어갔다

소녀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나는 푸른 발을 썼다

뒤집히는 나뭇잎들을 따라

새소리가 뒤집히고

뒤집히는 새소리를 따라

나도 어디 환하게 뒤집혀서

sinyoungpae-150.jpg


1972년 충남 태안 출생

2001포에지로 등단

시집 기억이동장치』 『오후 여섯 시에 나는 가장 길어진다』 『물 속의 피아노

『그 숲에서 당신을 만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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