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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지몽夢 / 김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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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9회 작성일 20-05-17 12:03

본문

연리지몽

 

김윤이

 

 

사랑받고 컸는데 항상 외로웠다

자신의 바닥을 들여다보듯 좀처럼 깨지 못하는 꿈

안으로부터 당겨 닫는다

둘이 삐들삐들 말라 서로의 몸에 들어간 요기로운 기형이다

팔이 뻗고 다리가 뻗고 얼굴이 붙고 이내 붙들린다

제가끔 불붙는다 여자의 앗, 뜨거에 이어 악, 뜨거 남자가 말한다

말이 불붙고 불똥이 튀고 불길이 덮친다

화상이 된 회상이 남는다

나는 불 질러 남은 회상자국을 알고 있다

책에 무심코 엎어버린 커피자국처럼 시커멓게 살갗에 달라붙어

얇은 두 장을 붙여버린, 어느 장면에 대하여

나는 너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은 장면을 봉한다

너로 인해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한 기억을 봉한다

네가 모든 걸 안다는 듯 나를 옭아맨다

다리가 붙고 팔이 붙고 몸뚱이 붙어버린 꿈에서

두 눈이 빠져버릴 것처럼 허우적대다 깨면

송연함에 흥건한 땀이 싸늘하게 식고 내 속으로 사라진다

너는 너무나 서슴없이 내 속으로 다시 들어선다

사람들은 이제 너를 나로 여길 판이다

너를 밀어내보지만 멀찍이서 하는 생각 같다

나무로 밀어내는 나무만 무성해진다

우리는 서로의 외로움을 지켜보는 것에 이골이 나 함께한다

네가 사는 내 꿈에서 나는 기생하는

연리지몽이다 너를 붙잡는 손등에

늙은 나뭇결처럼 파란 정맥이 불끈 솟는다

 

 

   ⸻포지션2020년 봄호

kim-yooni-140-2.jpg

 


1976년 서울 출생. 본명 김윤희
2006 연세대 윤동주 문학상 시부문 수상
2006 계명대 계명문화상 시부문 수상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흑발 소녀의 누드 속에는』『독한 연애』『뒤뚱뒤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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