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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들의 사회생활 / 이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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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0회 작성일 20-05-21 13:21

본문

 

풀들의 사회생활  

 

   이기철

  


풀들의 사회생활은 바람과 햇빛이다.

생성의 삶은 물색 옷을 자주 바꾼다.

떨켜는 꽃송이가 살던 자리

머묾이 안식일 수는 없다고

꽃들이 서둘러 봄을 벗고 여름으로 바꿔 입는다.

꽃은 별이 아닌데 별꽃이라 부르는 것은 나의 사치

온종일 꽃빛을 번역했으나 점염은 흰종이를 물들이지 않는다.

꽃들의 꿈이 아홉 겹이라도 한 겹 바람에 지나니

염려의 손으로 햇빛이 계절을 바느질한다.

오전은 속옷 속에 감춰주었던 종달새를

모본단 하늘로 날려 보내고

요절이어서 더 고혹인 꽃의 몸짓을

나는 못 배우고 나비가 배운다.

갈망과 유혹 사이로 난 작은 길을 걸어

아름다움 제조법을 익히느라 늦은 나무들

슬픔을 배우기 전에 기쁨을 먼저 배운 풀들.



1943년 경남 출생

영남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1972현대문학등단

시집 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 『유리의 나날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가장 따뜻한 책

스무살에게』 『정오의 순례』 『사람과 함께 이 길을 걸었네

평론집 문예창작』 『인간주의 비평을 위하여

소설집 리다에서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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