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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가 샛노란 말똥가리 두어 마리 데리고 / 김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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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55회 작성일 20-05-2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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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가 샛노란 말똥가리 두어 마리 데리고


      김 륭

  


  내일의 날씨가 우산을 들고 뛰어올 때까지
  빗소리를 심었다 화분 가득


  비를 머금은 눈과 빗방울을 벌렁거리는 코와 양말처럼 벗어던진 입과 바지와 모자와 그리고 속눈썹에 붙은 눈곱 따위로도 나는 이제 내 배꼽을 내리칠 수 있다고


  마음은 찢어지는 게 찢어지지 않는 것보다 낫다*


  천변 어딘가에 그림자를 숨긴 새들은 인간의 노래에서 도망 나온 글자들을 쪼아댔다


  벌레보다 못한 말, 서서 잘 수 없는 말로 꿴 책이라니


  엄마, 엄마는 왜 벌써부터
  누워있는 거야


  부리가 샛노란 말똥가리 두어 마리 데리고
  죽은 듯 가만히 누워서 저 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떠내려오거나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떠내려가다 보면


  내가 가진 내 얼굴을 울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니


  그래서 갑니다 이젠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 당신에게
  이번엔 엄마라고 불렀으니까 다음번엔 자기라고 불러도 될까, 하고
  벚꽃고양이처럼 한쪽 귀 접어서


  마지막 햇볕을 쬐는 듯 오늘의 기분이 우산을 들고
  내일로 뛰어가 두 번 다시 오지 말라고, 나는
  나 없어도 울지 마, 라는 책에 몸을
  비끄러매는 것이다

 

    * 메리 올리버

  

⸻《시산맥2020년 봄호



kimlyoong-150.jpg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0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시집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원숭이의 원숭이 

동시집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

삐뽀삐뽀 눈물이 달려온다』 『별에 다녀오겠습니다

엄마의 법칙』 첫사랑은 선생님도 일 학년』 『사랑이 으르렁.

201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

2005년 김달진지역문학상, 월하지역문학상

2012년 제1회 박재삼사천문학상, 2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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