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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랭글러 / 김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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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79회 작성일 20-05-29 08:10

본문

거미 랭글러

 

김지녀

 

 

 

기분 나쁜 느낌을 주는 장면이라면

훌륭한 선택입니다

 

책처럼 겹쳐진 폐서肺書

앵글에 필요한 털의 방향을 좌우하는데

 

거미가 숨을 쉴 때

같이 숨을 쉬고

 

기다립니다

 

걷는 다리의 어느 마디가 가장 아픈지를 알기 때문에

그곳을 건드리면 거미의 감정이 폭발합니다

 

거미가 손을 타고 내려갑니다

 

한쪽 다리는 잃었지만

나머지로 충분합니다

 

다리에 난 구멍이 사람의 혀와 같아서

살아 있는 것을 삼키기 위해

구기口器가 무질서하게 움직입니다

 

악취에 휩싸인 당신의 표정입니다

 

 

 ⸻월간 현대시20203월호



kim1.jpg

 

2007세계의 문학등단

시집 시소의 감정』『양들의 사회학

20회 편운문학상 시부문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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