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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 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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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50회 작성일 20-06-09 15:43

본문

파업

 

   김성규

 

 

도시는 쉬지 않고 축제를 벌인다

동상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힘없는 자에게 박수를 치고

지지 않는 전쟁처럼 거리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종일 우는 사람들로 거리는 넘쳐난다

낙엽이 떨어지듯

혈통을 보존하기 위해 쉬지 않고 과일이 열리고

죽은 자의 이름을 부르며 과일이 말한다

사람들은 축제가 끝날까 두려워 함성을 지르는 거야

서로를 껴안는 거야

 

하늘로 올라가 죽은 채 떨어지는 목소리들

어깨에 녹슨 총을 메고

노인들은 모자를 쓰고 행진한다

팔이 잘린 나무들은 몸을 웅크리고 떤다

 

죽은 것들은 다시 죽어

살아 있는 자들을 끌고 도시 끝으로 걸어간다

서로의 목소리가 서로에게 섞여

귀신처럼 모든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묻는다

신을 저주한 자들은 어디로 갔는가

죽은 자들은 왜 살아 돌아오지 않는가

 

벼랑 끝에 서서 눈물을 흘리며

다른 대륙을 바라보는 노인들

아무도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

 

 

   ⸻계간 시사사2020년 봄호


ddd.jpg


 1977년 충북 옥천 출생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제4회 김구용 시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너는 잘못 날아왔다』『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가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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