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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여우를 찾아서 / 박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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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47회 작성일 20-06-24 15:58

본문

붉은여우를 찾아서

 

   박정원

 

 

붉은 별에 안착했습니다 이번에 방문한 소혹성은 코로나19

하늘에서 누군가 나를 내려다보듯 나는 내가 떠나온 지구를 들여다봅니다

 

사람 얼굴의 절반을 마스크가 덮어버립니다

텅 빈 학교가 이제나저제나 아이들을 기다립니다

국경을 넘나들던 비행기도 맥없이 손발을 접고 있습니다

희생과 봉사 그리고 고마움이란 단어를 비로소 의료진이 독차지합니다

 

이곳에서 조우한 붉은여우의 고언 몇 마디를 전언합니다

 

물론 인간이 소중하겠지만 갖은 미물들도 존중하세요

역병이 돌 때마다 경고장을 건넸으나 당신들은 죄 없는 짐승들만 생매장했습니다

자신들이 곧 몹쓸 바이러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저기 저 미소를 머금은 지구를 보세요

당신들에게 마스크를 씌우니 이제야 푸른빛이 돌며 환해지잖소

아주 작은 존재의 자유로운 숨쉬기가 지구별을 늙지 않게 하고 나의 붉은 별도 더욱 붉게 만듭니다

만유와 함께 누리려하지 않는 당신들을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돌아가시면 당신들만의 경전을 수정하십시오

자멸을 자초한 인본제일주의를 대대적으로 손봐야 할 것입니다

 

느리고 낮았지만 그의 도전적이고 분명한 어조는 내 얼굴을 더욱 붉게 물들였습니다

 

 

            ⸻시 전문 계간 발견2020년 여름호

 

충남 금산 출생
1998년《詩文學 》등단
시집으로 『세상은 아름답다』『그리워하는 사람은 외롭다』『꽃은 피다』
『내 마음속에 한 사람이』『고드름』『뼈 없는 뼈』『꽃불』
‘함시’ 동인으로 활동 중
시인정신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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