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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섬 / 이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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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300회 작성일 20-07-0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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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섬


이명윤


    손을 흔드는 건 쉽지, 아버지는 말이 없는 사람, 새들이 쉬었다 가기엔 좋지, 아버지는 주먹을 펴지 않는 사람, 어머니가 말했지, 너그 아부지는 일 밖에 모르는 사람, 일 하려고 태어난 사람, 구름이 지나가는 건 쉽지, 여긴 아늑한 목소리의 바다, 스스로 눈을 뜨고 스스로 어두워지는 말들, 사나운 바람이 춤을 추기엔 좋지, 아버지는 저만치 돌아앉은 사람, 부표처럼 떠도는 건 쉽지, 아버지는 가라앉지 못하는 사람, 밤을 기억하는 건 쉽지, 아버지는 통닭을 들고 오던 밤, 통닭처럼 웅크려 자던 밤, 물살을 일으키는 건 쉽지, 아버지는 단단한 사람, 무서운 바다 뜨는 법을 가르쳐 주던 사람, 저녁이 오는 건 쉽지, 아버지는 지금도 목이 마른 사람, 울음을 흔드는 건 쉽지, 아버지는 파도가 끝없이 깨우는 사람, 손을 흔드는 건 쉽지, 아버지는 오래 전 죽은 사람, 다시 손을 흔드는 건 쉽지, 아득히 먼 곳, 아버지는 기억 이전의 거기, 혼자 살아가는 사람.

-『문예바다』, 2019 겨울호

FILE000.jpg


2007년 《시안》으로 등단

시집 『수화기 속의 여자』  

<시마을 문학상>, <전태일 문학상>
<수주 문학상>,<민들레 문학상>, <솟대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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