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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곰 / 전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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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68회 작성일 20-08-27 10:27

본문

안개곰

 

 전윤호


 

우산만한 외로움에 호수 걷던 이가

모퉁이 돌아가는 등허리를 보았다지요

무엇이 그리 바쁜지 불러도 돌아보지 않고

슬픈 울음소리만 남겼다지요

종일 종종거려 침침한 눈으로

풍물시장 좌판에서 막걸리 따를 때

이 빠진 사발에 얼비치는 얼굴이

영락없는 곰이었다지요

춘천은 다리가 많아 서러운 도시

한번 잃어버리면 다시 만나기 어렵지요

만천리 어디쯤 갈아엎은 양파밭

기나긴 발자욱이 지나갔다고도 하고

당신이 외면하고 기차를 탄 역 아래로

매립용 쓰레기봉투들 사이에서 잤다고도 하더군요

저마다 먹고살기 바쁜 날들이지만

창문 닫고 불 끄기 전에

골목 한번 돌아봐주기를

당신이 잠든 사이 안개곰은

페달을 밟으며 떠나가고 있어요

 

 

  ⸺시집 슬픔도 깊으면 힘이 세진다


 

전윤호.jpg


1964년 강원도 정선 출생

동국대학교 사학과 졸업

1991현대문학등단

7회 시와시학 젊은시인상12회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8회 한국전문인대상 수상

시집으로 이제 아내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 『순수의 시대

연애소설』 『늦은 인사』 『천사들의 나라』 『봄날의 서재

세상의 모든 연애정선旌善슬픔도 깊으면 힘이 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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