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 어느 수조에 관한 기록 / 박후기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인터스텔라 - 어느 수조에 관한 기록 / 박후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60회 작성일 20-10-09 14:27

본문

인터스텔라

어느 수조에 관한 기록

 

   박후기

 

 

 

1.

 

자주

시간을 거슬러 오르곤 했던

아버지는 종종

입술이 찢겨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가짜 미끼를 덥석 물었다가

이자利子에 코가 꿰곤 했던 것인데,

돌아와 동공이 풀린 눈으로

생각에 잠긴 채

집 안을 빙빙 돌았다

깊은 곳에 대해 말하자면

가난의 생식기인 집구석,

그곳이 심해深海였다

 

 

2.

 

수조水槽

뛰어내릴 수 없는 절벽이다

집이란 원래 그런 곳이다

지구의 끝은 절벽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수조에 모여 산다

어느 날 빛의 사다리가

수조로 내려왔고,

뜰채에 담겨

막내가 사라졌다

식구들은 피멍든 이마를

유리벽에 부딪치며

통성기도를 했다

푸른빛의 수조,

집은 가장 오래된

종교 시설이다

끊임없이 죄목과 회개,

그리고 삶과 죽음을

신에게 바쳤다

 

 

3.

 

출수조기出水槽記;

수조 덮개가 걷히고

하늘이 열리는 순간,

나는 푸드덕 뛰어오르며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수조 밖은

바다가 아니었다

바닥이었다

눈가에 피멍든 아버지가

멀리 도망치지 못하고

수조로 되돌아오곤 했던 이유를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이곳을 우주라고 생각해라,

다시 수조에 던져진 내게

아버지가 말했다

내 이마와 입가에도

아버지처럼 피멍이 들었다

상처뿐인 가족이 자유롭게

숨 쉬며 살 수 있는 곳은

수조 속뿐이었다

어차피

사는 게 유영遊泳인 것을,

수조 끝에 걸린 보이저 2호가

천천히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계간 시인수첩2020년 가을호

 

1968년 경기도 평택 출생
서울예술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3년 작가세계 등단
시집 『종이는 나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격렬비열도』『엄마라는 공장 아내라는 감옥』사랑의 발견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697건 3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59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5 2 03-12
159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1 2 08-01
159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8 2 09-06
159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4 2 10-23
159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 2 04-30
159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4 2 02-06
159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5 2 03-12
159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26 2 09-06
158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8 2 10-23
158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8 2 03-03
158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3 2 07-08
158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8 2 08-07
158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4 2 02-06
158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0 2 06-15
158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8 2 01-03
158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49 2 09-12
158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0 2 11-09
158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3 2 01-25
157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6 2 02-11
157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1 2 02-07
157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4 2 02-15
157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1 2 06-15
157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6 2 12-02
157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10 2 09-12
157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4 2 11-09
157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1 2 02-07
157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7 2 02-15
157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8 2 09-12
156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9 2 11-09
156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4 2 01-07
156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 2 05-02
156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6 1 01-28
156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2 1 02-11
156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5 1 04-01
156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7 1 05-08
156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9 1 07-11
156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0 1 07-25
156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2 1 12-12
155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3 1 03-09
155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5 1 04-07
155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4 1 04-29
155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1 1 05-21
155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0 1 08-12
열람중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1 1 10-09
155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3 1 11-18
155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6 1 12-21
155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0 1 06-06
155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4 1 08-26
154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6 1 10-14
154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1 1 12-2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